지성 피부는 아무리 꼼꼼히 씻어도 여드름이 반복된다는 말, 저도 오랫동안 믿지 못했습니다. 청소년기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얼굴 가득 올라오는 화농성 여드름과 좁쌀 여드름을 없애겠다고 온갖 방법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문제는 열심히 세안한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어떤 세안제를 언제 쓰느냐였습니다.피지는 왜 생기고, 왜 여드름이 될까피지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으신가요? 저도 한때 그랬습니다. 세안을 강하게 할수록 피부가 좋아질 거라 믿고, 하루에 세 번, 네 번씩 세안제로 박박 씻어냈습니다. 결과는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피부 장벽이 무너지면서 흉터만 남았습니다.사실 피지(皮脂)는 피부 가장 바깥에서 일차 방어막 역할을 합니다. 외부 세균과 바이러스를 차단하고, 피부 속 수분이 ..
판테놀이 들어간 재생크림을 제대로 고르는 기준은 딱 하나, '덱스판테놀 농도'와 '제형'입니다. 저도 여러 제품을 직접 써보면서 이 두 가지만 맞으면 나머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비판텐이 좋다는 말은 맞지만, 비판텐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에 든 덱스판테놀 5%가 핵심입니다. 덱스판테놀이 피부에 실제로 하는 일덱스판테놀(Dexpanthenol)은 체내에서 비타민 B5(판토텐산)로 전환되는 성분입니다. 쉽게 말해 피부에 흡수되는 순간 세포가 직접 쓸 수 있는 연료로 바뀐다는 뜻입니다. 이 과정에서 피부 장벽을 구성하는 세포 분열을 촉진하고, 손상된 조직을 빠르게 회복시켜 줍니다.실제로 아토피성 피부염, 건선, 접촉 피부염 환자 약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판..
SPF 50+ 선크림을 매일 꼬박꼬박 바르는데 왜 피부가 타고 기미가 생길까요? 제가 처음 이 의문을 가졌을 때, 원인이 제품이 아니라 '바르는 양'에 있다는 걸 알고 꽤 허탈했습니다. SPF 수치에만 집착하는 동안, 정작 가장 기본적인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겁니다.SPF수치의 함정 — 숫자보다 양이 먼저입니다선크림을 고를 때 SPF 지수부터 확인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한동안 그랬습니다. 그런데 SPF(Sun Protection Factor)란 UVB 자외선을 얼마나 차단하는지 나타내는 수치인데, 여기에 결정적인 함정이 있습니다. 이 수치는 피부 1㎠당 2mg을 도포했을 때 측정한 값입니다. 실험실에서 아주 두껍게 발라놓고 측정한 기준치라는 뜻입니다.실제로 사람들이 바르는 양은 권장량의 25% 수준에..
맥박이 느려지면 단 몇 시간 만에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지인이 응급실에서 부정맥 진단을 받던 날, 저는 그 말이 과장이 아님을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평소엔 그냥 피곤한 거겠지 싶었는데, 막상 심장이 멈출 뻔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이 질환이 얼마나 조용하고 빠르게 치명적으로 변하는지 이해했습니다. 노화와 서맥, 그냥 나이 드는 거 아닌가요?맥박이 정상 범위에서 벗어난 상태를 통틀어 부정맥(不整脈)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부정맥이란 말 그대로 '가지런하지 않은 맥박' 전체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분당 60회 미만의 서맥(徐脈)과 분당 100회 초과의 빈맥(頻脈) 모두 포함됩니다.나이가 들수록 맥박이 느려지는 건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신생아는 분당 100회 이상,..
감기는 약 먹으면 낫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는 일 년 내내 코를 달고 살고, 밤마다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다 결국 천식 진단을 받았습니다. 감기 한 번을 제대로 안 챙긴 댓가치고는 너무 컸습니다. 감기가 열흘을 넘기면 단순한 감기가 아닙니다. 감기가 열흘을 넘기면 '뿌리비염'이 된다약을 먹어도 감기가 잘 안 떨어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저는 꽤 오랫동안 몰랐습니다. 콧물이 좀 길게 가는 거, 기침이 한두 주 더 이어지는 거 정도로만 여겼습니다. 그러다 어느 해 겨울, 감기가 왔는데 3주가 지나도 코막힘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비염이라는 진단이 붙었고, 그 이후로는 계절이 바뀌어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이 상태를 의학적으로는 '뿌리비염'이라 부릅니다. 여기서 뿌리..
솔직히 저는 40대 초반까지 때를 밀어야 진짜 씻은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목욕탕에서 이태리타월로 박박 밀고 나면 개운하다 못해 뿌듯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피부과 전문의의 말 한마디가 그 믿음을 완전히 뒤집어놨습니다. 피부 장벽, 즉 우리가 '때'라고 부르는 각질층이 사실은 외부 세균과 자외선을 막는 최전선 방어막이라는 거였습니다. 제가 그동안 스스로 그 방어막을 걷어내고 있었던 셈입니다. 브릭앤몰탈 — 피부 장벽의 진짜 구조피부 장벽이라는 말은 워낙 많이 들어서 친숙한데, 막상 그게 뭔지 설명하려면 막막합니다. 제가 처음 제대로 이해한 건 '벽돌과 시멘트' 비유를 들었을 때였습니다.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각질층(stratum corneum)은 벽돌(brick)과 시멘트(mortar)가 켜켜이 쌓인 ..
노인 사망 통계를 들여다보면 한 가지 패턴이 반복됩니다. 암이든 심장 질환이든, 최종 사망 원인 란에 적히는 단어는 결국 '폐렴'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출처: 통계청). 제 할머니가 가벼운 고열로 입원하셨다가 사흘 만에 급성 폐렴으로 악화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을 때, 저는 그 통계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폐렴 위험 — 왜 노인에게 유독 치명적인가폐렴은 노인에게 있어 독립된 질환이라기보다 다른 질환의 '최종 종착지'에 가깝습니다. 암, 뇌졸중, 심부전처럼 이미 몸이 소진된 상태에서 감기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젊은 사람이라면 일주일에 털고 일어날 것을 노인의 몸은 막아내지 못하고 폐까지 감염이 번집니다.여기서 핵심 개념이 연하성 폐렴(흡인성 폐렴)입니다. 연하성 폐렴이..
솔직히 저는 한 달 넘게 항생제를 먹으면서도 왜 낫지 않는지 이유를 몰랐습니다. 단순 축농증이라는 말만 믿고 처방을 반복했는데, 나중에 밝혀진 원인은 일반 세균이 아닌 곰팡이균이었습니다. 항생제가 처음부터 전혀 효과가 없는 감염이었던 겁니다. 코에서 원인 모를 악취가 나고 머리가 무겁게 짓누르는 느낌이 계속됐지만, 그 원인을 찾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진균성 부비동염, 항생제가 안 듣는 이유가 있었습니다제가 처음 받은 진단은 부비동염(副鼻洞炎)이었습니다. 부비동염이란 코 주변 뼛속 공간인 부비동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흔히 '축농증'이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으로 세균 감염이 원인이라 항생제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 경우엔 한 달이 지나도록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기억력이 떨어지면 흔히 뇌 자체를 의심하지만, 실제 원인이 혈관에 있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저도 30대 후반에 집중력이 눈에 띄게 흐릿해지면서 처음엔 수면 문제나 스트레스 탓만 했습니다. 그런데 혈관 대사와 비타민 B군의 관계를 알고 나서야 문제의 본질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호모시스테인이 뇌를 조용히 망가뜨리는 방식뇌 건강을 이야기할 때 혈압이나 혈당은 다들 신경 쓰지만, 호모시스테인(homocysteine)을 챙기는 분은 드뭅니다. 여기서 호모시스테인이란 단백질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정상적이라면 몸이 알아서 분해해야 하는 물질입니다. 문제는 이 처리 과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시작됩니다.혈액 속에 쌓인 호모시스테인은 혈관 내벽을 직접 손상시킵니다. 염증..
밥 먹고 나서 30분쯤 지나면 왠지 나른하고 졸음이 쏟아지는 경험, 저도 참 자주 했습니다. 그냥 밥 먹으면 졸린 거겠지 싶었는데, 혈당을 직접 재보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식후 혈당이 생각보다 훨씬 높게 치솟아 있었고, 그게 반복되면 혈관과 신장까지 손상시킨다는 걸 그때서야 실감했습니다. 식단 조절만으로 혈당을 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 얼마나 안이한 생각이었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혈당 스파이크, 생각보다 훨씬 위험합니다일반적으로 당뇨 관리는 공복 혈당 수치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혈당을 재면 80~90대가 나오니까 "오늘도 괜찮네" 하고 넘겼는데, 문제는 밥을 먹은 다음이었습니다.식사 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