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처음 이 안약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안약 한 방울에 15분이면 글씨가 선명하게 보인다는데, 너무 광고 같은 말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원리를 파고들어 보니 완전한 허풍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누구에게나 통하는 마법은 더더욱 아니었고요. 돋보기 없이 스마트폰을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안약의 실체를 먼저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합니다.안약 한 방울이 돋보기 역할을? 필로카르핀의 원리처음 이 안약의 핵심 성분이 필로카르핀(Pilocarpine)이라는 걸 알았을 때, 저는 오히려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필로카르핀은 수십 년 전부터 녹내장 치료에 쓰이던 아주 오래된 성분이거든요. 그런데 이게 노안 치료제로 재탄생하면서 화제가 됐고, 미국 FDA 승인까지 받았습니다.원리는 생각보..
눈이 잘 보이면 괜찮은 거 아닐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평소 시력도 나쁘지 않았고 눈앞이 흐려진다거나 시야가 좁아진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안과 정밀 검사에서 뜻밖에도 녹내장 진단을 받았습니다. '침묵의 시력 도둑'이라는 말이 이렇게 무서운 말인 줄 그날 처음 실감했습니다. 자각증상만 믿었다가 뒤늦게 알게 되는 것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가 안과를 찾은 이유는 눈 피로감이 심해서였지, 시야에 문제가 생겼다고 느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검사 결과를 받아 든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차분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녹내장은 초기나 중기에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고요.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눈은 두 개라서 한쪽 눈에 시야 결손이 생겨도 반대쪽..
백내장 진단을 받으면 바로 수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너무 일찍 수술하는 것도 문제고, 반대로 너무 오래 미루는 것도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수술 타이밍은 단순히 "불편하면 한다"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수정체의 딱딱한 정도, 각막 상태, 일상 불편함을 함께 따져야 합니다. 백내장 수술, 일찍 할수록 좋다는 건 틀린 말이었습니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술은 빠를수록 좋다는 게 일반적인 의료 상식처럼 느껴지니까요. 그런데 백내장만큼은 그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IOL, Intraocular Lens)를 삽입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인공..
유산균을 몇 달째 챙겨 먹었는데도 더부룩함이 전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유산균 말고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답이 의외로 청국장 속 고초균이었습니다. 청국장에는 유산균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핵심이었습니다.유산균을 먹어도 효과가 없었던 이유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처음에는 유산균이 장 건강의 정답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냉장 유산균부터 장용 코팅 제품까지 이것저것 사 먹었는데, 아랫배는 여전히 묵직하고 화장실은 늘 개운하지 않았습니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섭취한 유산균의 90% 이상이 장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유는 위산과 담즙산에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담즙산이란 간에서 생성되어 소화를 돕는 물질인데, 이..
솔직히 저는 자궁근종 진단을 받기 전까지, 장이 안 좋은 게 자궁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했습니다. 만성 변비에 늘 가스가 차고 속이 답답했지만, 그냥 체질이려니 했죠. 그런데 생리통이 갑자기 심해지고 자궁근종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 오랜 장 문제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습니다. 장내 세균이 여성호르몬 배출을 직접 조절한다는 사실, 저는 몸으로 먼저 겪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에스트로볼롬 — 장 속 세균이 자궁 혹을 키우는 이유장내 세균이 자궁에 영향을 준다는 말, 처음에는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에스트로볼롬(Estrobolome)이라는 개념을 알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에스트로볼롬이란 장에 존재하는 세균들 중에서 체내 에스트로겐 수치를 직접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장내 세균 집..
솔직히 저는 한동안 갱년기 호르몬 치료라고 하면 먹는 약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안면홍조와 수면장애가 심해져서 처음 처방을 받으러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바르는 타입을 권하셨는데 그때 속으로 '이게 뭐지?' 싶었던 기억이 납니다. 피부에 바르는 것만으로 호르몬이 보충된다는 게 쉽게 와닿지 않았거든요. 직접 써보고 나서야 왜 이걸 먼저 권하는지 이해하게 됐습니다. 경피흡수 방식, 왜 먹는 약보다 유리할까제가 처음 에스트레바겔을 처방받았을 때, 펌프 누르는 방법조차 제대로 몰랐습니다. 조금씩 여러 번 나눠 누르다가 나중에야 끝까지 꽉 한 번에 눌러야 한 펌프가 정확히 나온다는 걸 알았습니다. 허벅지 앞쪽에 넓게 펴 바르라는 설명도 처음엔 그냥 흘려들었는데, 넓게 펴야 흡수가 빠르고 마르는 시간이 짧아 일상..
건강검진 초음파에서 "난소에 혹이 있네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이 하얘지는 그 느낌을 저도 압니다. 난소 낭종은 종류에 따라 관찰만 해도 되는 것부터 빠르게 수술해야 하는 것까지 전혀 다른 대응이 필요합니다. 제가 난소 기형종 진단 후 추적관찰을 이어가면서 직접 배운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난소 낭종의 종류, 이름만 달라도 전략이 완전히 다릅니다혹이 생겼다는 말을 들으면 일단 겁부터 나는 게 사실입니다. 저도 기형종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암과 뭔가 연관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난소 낭종은 크게 여섯 종류로 나뉘고, 각각의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가장 흔한 것은 단순 낭종(simple cyst)입니다. 여기서 단순 낭종이란 배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
국내 여성 폐암 환자의 90%가 비흡연자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저도 한동안 멍했습니다. 담배 한 개비 피운 적 없는데 왜 폐암일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 원인이 매일 드나드는 주방과 욕실, 그리고 매일 밤 얼굴을 묻는 베개에 숨어 있었습니다. 담배보다 무서운 게 주방에 있었습니다가스레인지로 기름을 두르고 볶음 요리를 시작하는 순간, 주방엔 조리 흄(Cooking Fume)이 발생합니다. 여기서 조리 흄이란 식재료와 기름이 고온에서 가열될 때 발생하는 초미세 입자와 유해 가스의 혼합물로, 폐포 깊숙이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입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가스레인지 조리 시 발생하는 초미세 입자 농도가 터널 매연의 최대 100배에 달한다는 측정값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국립암..
집먼지진드기의 크기는 0.2~0.3mm, 눈에 보이지조차 않습니다. 그런데 이 작은 생물의 사체 가루와 배설물이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을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사실, 저는 수년째 환절기마다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휴지를 달고 살던 시절, 청소도 열심히 하고 좋다는 약도 써봤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됐던 이유가 여기 있었습니다. 침구 관리, 얼마나 제대로 하고 계십니까침구류를 그냥 세탁기에 돌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 생각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봅니다. 집먼지진드기를 실질적으로 제거하려면 세탁 온도가 55도 이상, 가능하면 60도여야 합니다. 이 온도에서 진드기가 사멸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세탁기 설정을 60도로 바꾼 뒤부터 아침 재채기가 눈에 띄게 줄었는데, 솔직히 이..
말기 흑색종 환자의 사망률을 약 30% 낮춘 면역 관문 억제제가 단 4년 만에 세상에 나왔습니다. 가족이 항암 치료를 받을 때 저는 그 사망률 이라는 숫자가 단순한 통계가 아니며 가족을 잃을 수도 있는 숫자라는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면역 항암제, 어떻게 암 치료의 판을 바꿨나가족이 항암 치료를 받던 시절, 저는 병원 복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구토를 반복하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기존의 치료 방식이 암세포뿐 아니라 사람 자체를 갉아먹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수술로 잘라내고, 방사선으로 태우고, 독한 약물로 죽이는 방식은 정상 세포까지 함께 파괴했으니까요. 그때 제가 간절히 바랐던 건 암세포만 골라서 없애주는 무언가였습니다.면역 항암제의 출발점은 1995년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