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는 약 먹으면 낫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는 일 년 내내 코를 달고 살고, 밤마다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다 결국 천식 진단을 받았습니다. 감기 한 번을 제대로 안 챙긴 댓가치고는 너무 컸습니다. 감기가 열흘을 넘기면 단순한 감기가 아닙니다. 감기가 열흘을 넘기면 '뿌리비염'이 된다약을 먹어도 감기가 잘 안 떨어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저는 꽤 오랫동안 몰랐습니다. 콧물이 좀 길게 가는 거, 기침이 한두 주 더 이어지는 거 정도로만 여겼습니다. 그러다 어느 해 겨울, 감기가 왔는데 3주가 지나도 코막힘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비염이라는 진단이 붙었고, 그 이후로는 계절이 바뀌어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이 상태를 의학적으로는 '뿌리비염'이라 부릅니다. 여기서 뿌리..
솔직히 저는 40대 초반까지 때를 밀어야 진짜 씻은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목욕탕에서 이태리타월로 박박 밀고 나면 개운하다 못해 뿌듯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피부과 전문의의 말 한마디가 그 믿음을 완전히 뒤집어놨습니다. 피부 장벽, 즉 우리가 '때'라고 부르는 각질층이 사실은 외부 세균과 자외선을 막는 최전선 방어막이라는 거였습니다. 제가 그동안 스스로 그 방어막을 걷어내고 있었던 셈입니다. 브릭앤몰탈 — 피부 장벽의 진짜 구조피부 장벽이라는 말은 워낙 많이 들어서 친숙한데, 막상 그게 뭔지 설명하려면 막막합니다. 제가 처음 제대로 이해한 건 '벽돌과 시멘트' 비유를 들었을 때였습니다.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각질층(stratum corneum)은 벽돌(brick)과 시멘트(mortar)가 켜켜이 쌓인 ..
노인 사망 통계를 들여다보면 한 가지 패턴이 반복됩니다. 암이든 심장 질환이든, 최종 사망 원인 란에 적히는 단어는 결국 '폐렴'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출처: 통계청). 제 할머니가 가벼운 고열로 입원하셨다가 사흘 만에 급성 폐렴으로 악화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을 때, 저는 그 통계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폐렴 위험 — 왜 노인에게 유독 치명적인가폐렴은 노인에게 있어 독립된 질환이라기보다 다른 질환의 '최종 종착지'에 가깝습니다. 암, 뇌졸중, 심부전처럼 이미 몸이 소진된 상태에서 감기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젊은 사람이라면 일주일에 털고 일어날 것을 노인의 몸은 막아내지 못하고 폐까지 감염이 번집니다.여기서 핵심 개념이 연하성 폐렴(흡인성 폐렴)입니다. 연하성 폐렴이..
솔직히 저는 한 달 넘게 항생제를 먹으면서도 왜 낫지 않는지 이유를 몰랐습니다. 단순 축농증이라는 말만 믿고 처방을 반복했는데, 나중에 밝혀진 원인은 일반 세균이 아닌 곰팡이균이었습니다. 항생제가 처음부터 전혀 효과가 없는 감염이었던 겁니다. 코에서 원인 모를 악취가 나고 머리가 무겁게 짓누르는 느낌이 계속됐지만, 그 원인을 찾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진균성 부비동염, 항생제가 안 듣는 이유가 있었습니다제가 처음 받은 진단은 부비동염(副鼻洞炎)이었습니다. 부비동염이란 코 주변 뼛속 공간인 부비동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흔히 '축농증'이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으로 세균 감염이 원인이라 항생제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 경우엔 한 달이 지나도록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기억력이 떨어지면 흔히 뇌 자체를 의심하지만, 실제 원인이 혈관에 있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저도 30대 후반에 집중력이 눈에 띄게 흐릿해지면서 처음엔 수면 문제나 스트레스 탓만 했습니다. 그런데 혈관 대사와 비타민 B군의 관계를 알고 나서야 문제의 본질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호모시스테인이 뇌를 조용히 망가뜨리는 방식뇌 건강을 이야기할 때 혈압이나 혈당은 다들 신경 쓰지만, 호모시스테인(homocysteine)을 챙기는 분은 드뭅니다. 여기서 호모시스테인이란 단백질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정상적이라면 몸이 알아서 분해해야 하는 물질입니다. 문제는 이 처리 과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시작됩니다.혈액 속에 쌓인 호모시스테인은 혈관 내벽을 직접 손상시킵니다. 염증..
밥 먹고 나서 30분쯤 지나면 왠지 나른하고 졸음이 쏟아지는 경험, 저도 참 자주 했습니다. 그냥 밥 먹으면 졸린 거겠지 싶었는데, 혈당을 직접 재보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식후 혈당이 생각보다 훨씬 높게 치솟아 있었고, 그게 반복되면 혈관과 신장까지 손상시킨다는 걸 그때서야 실감했습니다. 식단 조절만으로 혈당을 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 얼마나 안이한 생각이었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혈당 스파이크, 생각보다 훨씬 위험합니다일반적으로 당뇨 관리는 공복 혈당 수치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혈당을 재면 80~90대가 나오니까 "오늘도 괜찮네" 하고 넘겼는데, 문제는 밥을 먹은 다음이었습니다.식사 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현..
고혈압 환자는 땀 흘리는 운동을 하면 안 된다고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혈압약을 먹으면서도 운동만큼은 가볍게 걷는 것에 그쳤는데, 알고 보니 이게 오히려 혈관 건강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이었습니다. 최근 연구들을 살펴보고 직접 적용해보면서 기존 상식이 상당 부분 뒤집혔습니다. 유산소 운동만으로는 부족한 이유일반적으로 고혈압 환자에게는 유산소 운동만 권장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찾아보고 적용해본 결과는 좀 달랐습니다. 과거의 의학적 권고는 유산소 운동이 전신 근육을 활성화하고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낮춘다는 논리에 기반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은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합니다.주목해야 할 개념이 바로 등척성 운동(Isometric Exercis..
눈 주변으로 물집이 번지는 순간, 의사 선생님이 "잘못하면 실명까지 갈 수 있습니다"라고 했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몸살인 줄 알았습니다. 대상포진이 이렇게 빠르게, 이렇게 심각하게 번질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치료보다 예방이 먼저라는 말을 그날 이후 몸으로 이해했습니다.대상포진 원인과 증상, 제가 직접 겪어보니저도 처음엔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몸살 기운이 있고 피부가 살짝 화끈거렸는데, 그게 대상포진의 초기 신호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며칠 지나자 눈 주변으로 발진과 물집이 퍼지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통증이 달라졌습니다.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가 원인입니다. 여기서 VZV란 어릴..
걷기도 해보고, 밥도 줄여봤는데 허리둘레가 꿈쩍도 안 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식초를 식단에 끼워 넣으면서 뭔가 달라지기 시작했는데, 핵심은 식초 자체가 아니라 무엇과 함께, 어떤 타이밍에 먹느냐였습니다. 보리차식초부터 초콩, 무초절임, 해조류초무침까지 직접 써보면서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정리했습니다. 보리차식초 — 맛없어서 포기했던 식초물을 다시 잡게 된 계기식초물이 몸에 좋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물에 타서 마셔보면 특유의 톡 쏘는 산미가 목을 치고 올라와서 세 번을 넘기기가 어려웠습니다. 위장이 예민한 편이라 공복에 마시면 속이 쓰리기도 했고요. 그러다 따뜻한 보리차 200ml에 식초 한 스푼을 타는 방법을 시도해봤는데,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보리의 구수한 향이 식초의 자극적인..
진료실에서 의사가 "혀 한번 내밀어 보세요"라고 할 때, 저는 늘 그냥 통과 의례처럼 여겼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칫솔질을 하다가 거울에 비친 제 혀를 유심히 들여다봤는데,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으로 울퉁불퉁한 게 보였습니다. 단순히 잠을 못 잔 탓이라고 넘겼지만, 알고 보니 그게 몸 전체에서 보내는 염증 경보였습니다. 혀가 단순한 감각 기관이 아니라 전신 건강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사실, 막상 제대로 들여다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백태 — 양치 문제가 아니라 염증 신호입니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혀에 하얗게 낀 설태(舌苔), 즉 백태를 보면 흔히 "양치를 게을리했구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백태의 생성 원인을 파고들어 보니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한의학에서는 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