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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정체기마다 버터 커피를 찾았습니다. 혈당을 올리지 않으면서 오전 내내 배고픔을 잡아줬고, 솔직히 그 효과만큼은 부정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변비 개선에 피부까지 좋아진다는 말이 붙기 시작하면서 슬슬 의심이 생겼습니다. 정말 이게 다 사실일까, 아니면 눈앞의 작은 효과에 집중하느라 더 큰 그림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저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버터와 심혈관 위험 — 다른 지방들과 비교해보니
버터를 즐겨 쓰는 분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가공버터가 아니라 목초 사육 천연버터를 먹는다"고요. 저도 한때 그 논리로 스스로를 납득시켰습니다. 근데 문제는 천연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버터라는 식품 자체의 지방 조성에 있습니다.
버터의 약 66%는 포화지방산(saturated fatty acid)입니다. 포화지방산이란 탄소 사슬에 이중결합이 없는 지방으로, 상온에서 고체 상태를 유지하며 LDL 콜레스테롤을 올리는 성질이 있습니다. 특히 버터에는 탄소 14번(미리스트산)과 16번(팔미트산) 포화지방산이 유독 많은데, 이 두 가지가 LDL을 가장 강하게 끌어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1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은퇴자 코호트 연구에서 50~71세 성인 52만 명을 16년간 추적한 결과, 버터를 많이 섭취한 군은 총 사망률이 7%, 심혈관 사망률이 8% 높았습니다(출처: 미국 국립보건원(NIH)). 비교 대상은 마가린, 옥수수유, 카놀라유, 올리브유였는데, 버터가 다섯 가지 중 총 사망률과 심혈관 사망률 모두 1위였습니다. 암 사망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마가린이 버터보다 덜 나쁘다는 결과가 의외라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알고 보니 이 연구가 1995~2011년 자료를 쓴 시점에 이미 마가린의 트랜스지방(trans fatty acid) 규제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트랜스지방이란 식물성 기름을 인위적으로 굳히는 과정에서 생기는 지방으로, 심혈관계에 매우 해롭습니다. 미국 FDA는 2006년부터 트랜스지방 의무 표기를 시행했고, 2018년에는 아예 안전 인증(GRAS)을 철회했습니다. 즉 현재 시판 마가린의 트랜스지방은 거의 0에 수렴하는 반면, 버터의 포화지방 문제는 그대로입니다.
2023년 하버드에서 22만 명을 최대 33년간 추적한 연구에서는 버터를 많이 먹을수록 총 사망률이 15%, 암 사망률이 12% 높았고, 버터 10g을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하면 총 사망률과 암 사망률이 각각 17% 감소했습니다(출처: JAMA Network). 관찰 연구 아니냐고 하실 수 있는데, 2023년 영국 노섬브리아 대학의 임상 대조 연구에서도 버터를 2주 섭취한 군은 혈압이 122/71로 올랐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섭취한 군은 118/69로 유지됐습니다. 단기 임상에서도 방향은 같았습니다.
유제품 안에서의 비교도 해봤습니다. 2023년 베르겐 대학에서 안정형 협심증(stable angina) 환자 1,900명을 5~14년간 추적한 결과, 버터는 하루 10g 증가할 때마다 심근경색 위험이 10%, 총 사망률이 10% 높아졌습니다. 반면 치즈는 20g 증가할수록 심근경색이 오히려 8% 감소했습니다. 안정형 협심증이란 관상동맥이 부분적으로 좁아진 상태로, 운동할 때만 흉통이 나타나지만 방치하면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단계입니다. 같은 유제품인데 버터와 치즈의 결과가 이렇게 다른 이유는, 치즈의 포화지방은 특수한 지방구 캡슐에 싸여 있고 칼슘과의 비누화 반응으로 흡수가 억제되기 때문입니다.
- 버터: 하루 10g 증가 시 심근경색·총 사망 각 10% 증가 (베르겐 대학, 2023)
- 버터 → 식물성 기름 10g 대체 시 총 사망·암 사망 각 17% 감소 (하버드, 2023)
- 치즈: 하루 20g 증가 시 심근경색 8% 감소, 요거트는 전체 사망 14% 감소
- 54개 임상 대조 연구 네트워크 메타분석 결과, LDL 콜레스테롤 상승 1위는 버터
지방간·당뇨에 좋다는 말,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저도 이 부분에서 오래 헷갈렸습니다. 버터를 먹으면 혈당이 안 오르고, 실제로 공복이 편해지는 건 경험으로 알고 있었거든요. 아침에 버터를 소량 먹으면 오전 11~12시까지 식욕이 잡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비당뇨인 기준으로 하루 14g 버터를 섭취할 때마다 2형 당뇨 발생 위험이 4% 줄어든다는 코호트 메타분석(20만 명) 결과도 실재합니다. 예방 효과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당뇨 환자에서의 이야기는 결이 다릅니다. 이란 우르미아의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 환자 4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기버터(ghee)를 하루 3~8회 섭취하다가 카놀라유로 교체했더니 공복 혈당이 103.5에서 97.9로 떨어졌습니다. 대사증후군이란 고혈압·고혈당·복부 비만·이상지질혈증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상태로,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의 전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기버터로 불리는 정제 버터는 유당과 유단백을 제거한 버전인데, 오히려 포화지방 비율이 90% 이상으로 일반 버터보다 높습니다. 더 순수해졌다는 게 더 해롭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지방간 측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습니다. 저탄고지 식단이 비알코올성 지방간(NAFLD)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맞지만, 버터의 포화지방은 장내 세균 독소인 LPS(지질다당류)를 카일로마이크론에 실어 간까지 운반하는 경로를 활성화한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LPS란 장내 세균의 세포벽 성분으로, 혈중으로 흡수되면 간과 전신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입니다. 이 내독소증(endotoxemia)이 반복되면 지방간이 지방간염으로 진행할 수 있고, 지방간염은 간경변·간세포암으로 이어지는 경로입니다. 올리브유와 비교했을 때 버터는 염증 스위치인 NF-κB(NF-카파비) 활성화도 훨씬 크게 나타났습니다.
당뇨 환자의 사망률 관점에서도 데이터는 명확합니다. 간호사 건강 연구 등 대규모 코호트에서 2형 당뇨 환자 11만 명을 분석한 결과, 동물성 포화지방 섭취 칼로리 중 2%만 다가불포화지방(polyunsaturated fatty acid, PUFA)으로 바꿔도 심혈관 사망이 13%, 총 사망이 12% 줄었습니다. PUFA란 탄소 사슬에 이중결합이 두 개 이상인 지방으로, 들기름·콩기름·해바라기씨유 등에 많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요리에서 버터를 올리브유로 바꾸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풍미가 달라지는 게 처음엔 낯설지만 일주일 정도면 적응됩니다.
정리하면, 버터가 비당뇨인의 당뇨 예방에 약간의 긍정적 신호를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미 대사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혈당도, 지방간도, 심혈관 결과도 올리브유 쪽이 일관되게 낫습니다. 저탄고지를 유지하면서 지방 선택지를 고민한다면, 버터보다 올리브유가 더 타당한 선택이라는 게 제 결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목초 사육 버터는 일반 버터보다 건강한가요?
A. 목초 사육 버터는 오메가3 함량이 약간 높고 비타민 K2가 더 많다는 차이는 있습니다. 그러나 포화지방 비율 자체는 일반 버터와 큰 차이가 없고, 심혈관 사망률과 LDL 상승 경향도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천연"이라는 이미지가 건강 우위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Q. 방탄 커피가 다이어트에 효과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A. 2023년 호주 울런공 대학이 2010~2023년 발표된 방탄 커피 임상 연구 6편을 검토한 결과, 인지 능력·각성도는 블랙커피와 차이가 없었고 포만감은 1~3시간 동안 다소 높았지만 4시간 후에는 같아졌습니다. 반면 참가자 상당수가 복통·메스꺼움을 호소했습니다. 포만감 이점은 있지만 소화 부담이 따르고, 장기 심혈관 효과는 측정되지 않았습니다.
Q. 버터 대신 코코넛 오일은 괜찮지 않나요?
A. 코코넛 오일은 포화지방 비율이 버터보다 높지만, 대부분이 중쇄지방산(MCT)입니다. MCT는 일반 포화지방과 달리 콜레스테롤을 크게 올리지 않아 버터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올리브유·아보카도유·들기름 수준의 건강 근거가 있는 건 아닙니다.
Q. 버터가 변비와 피부를 개선한다는 건 사실인가요?
A. 지방 섭취가 장 운동을 촉진하는 효과는 일부 있습니다. 다만 이는 지방변을 유발하는 방식에 가깝고, 장기적 변비 개선과는 다릅니다. 피부 개선도 지방 섭취 자체보다 개인 식단 전체가 바뀌는 맥락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체감 효과에 집중하다 보면, 심혈관 사망률이라는 훨씬 큰 변수를 놓칠 수 있습니다.
Q. 버터를 끊고 어떤 기름으로 바꾸는 게 가장 좋나요?
A. 현재까지 연구에서 가장 일관되게 건강 이점이 확인된 기름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아보카도유, 들기름입니다. 요리 용도에 따라 올리브유와 들기름을 번갈아 쓰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제가 집에서 버터를 치우고 이 조합으로 바꾼 지 꽤 됐는데, 풍미 적응에 약 1주일이면 충분했습니다.
결론
버터는 퇴출당해야 할 음식이 아닙니다. 하지만 버터가 비교 대상 지방류 중에서 심혈관 사망, LDL 상승, 암 사망 어느 지표에서도 유리한 쪽에 서지 못했습니다. 당뇨 예방에 약간의 이점이 있다는 데이터는 있지만, 이미 대사 이상이 있는 상태라면 그 이점이 심혈관 위험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간단합니다. 버터는 설탕이나 콜라처럼 줄이는 방향으로, 요리에서 쓸 기름은 가능한 한 올리브유·들기름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끊을 필요는 없지만, "건강 식품"으로 적극적으로 늘릴 이유도 없습니다. 지금 냉장고에 버터가 있다면 한 번쯤 그 옆에 올리브유를 놓아두는 것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