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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당뇨를 그냥 '밥 많이 먹으면 생기는 병'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변 지인이 갑자기 당뇨 판정을 받고 나서 제가 얼마나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당뇨는 무조건 무서운 병도 아니고, 무조건 채식만 해야 하는 병도 아닙니다. 정확히 이해하면 오히려 관리하기에 현실적인 병입니다.

인슐린 저항성, 사실 이렇게 쉬운 개념이었습니다
지인이 당뇨 판정을 받았을 때 저도 같이 찾아봤는데, 처음에 나오는 말이 전부 "인슐린 저항성"이었습니다. 단어는 익숙한데 정작 뭘 뜻하는지 설명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직접 파고들었는데, 알고 보니 원리 자체는 생각보다 훨씬 간단했습니다.
탄수화물이 소장에서 완전히 분해되면 최종적으로 포도당(glucose)이 됩니다. 이 포도당은 혈액으로 흡수되어 세포의 연료 역할을 하는데, 세포 안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전용 통로를 거쳐야 합니다. 그 통로 이름이 글루트-4(GLUT-4)입니다. 여기서 GLUT-4란 근육 세포와 지방 세포에 존재하는 포도당 수송 단백질로, 쉽게 말해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는 전용 문입니다.
이 문은 혼자 열리지 않습니다. 반드시 인슐린(insulin)이라는 호르몬이 신호를 보내야 열립니다.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세포 표면의 수용체에 결합해야 비로소 GLUT-4 문이 열리고,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와 에너지로 쓰이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살이 쪘을 때 생깁니다. 세포 내부에 지방이 쌓이면 인슐린이 수용체에 결합하더라도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인슐린 신호 전달 경로가 방해를 받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입니다. 여기서 인슐린 저항성이란 세포가 인슐린의 신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췌장은 이 상황을 보충하려고 인슐린을 더 많이 분비하지만, 결국 혈액 속에는 포도당도, 인슐린도 동시에 높아진 상태가 됩니다. 이것이 2형 당뇨의 핵심 기전입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인에게 당뇨가 많을까요. 출처: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 유병률은 약 16%에 달하며, 이는 서구권 평균을 웃도는 수치입니다. 제가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꽤 놀랐습니다. 기름지고 달콤한 음식을 더 많이 먹는 서구권보다 한국이 더 높다는 게 직관적으로 이해가 안 됐거든요.
이유는 췌장의 베타세포(beta cell) 용량 차이에 있습니다. 베타세포란 췌장에서 인슐린을 직접 생산하는 세포입니다. 아시아인은 오랜 진화 과정에서 소식(小食) 환경에 적응하며 베타세포의 인슐린 생산 용량 자체가 작아졌습니다. 그런 유전적 배경을 가진 채로 1970년대 이후 급격히 고칼로리 식생활로 전환하다 보니, 췌장이 감당하지 못하고 일찍 한계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제 주변 지인들을 보면 특별히 폭식을 즐기는 편도 아닌데 당뇨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맥락으로 이해하니 비로소 납득이 됐습니다.
- 포도당은 GLUT-4 통로를 통해서만 세포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 인슐린이 신호를 보내야 GLUT-4 문이 열린다
- 세포 내 지방 축적 → 인슐린 신호 방해 → 인슐린 저항성 발생
- 아시아인은 췌장 베타세포 용량이 작아 고칼로리 식단에 더 취약하다
당뇨약과 합병증, 지인을 곁에서 보며 바뀐 생각
지인이 당뇨 진단을 받은 직후, 주변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이제 고기 못 먹겠다"는 말과 "당뇨약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이다"는 말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보니 두 가지 모두 절반씩은 맞고 절반씩은 틀린 이야기였습니다.
당뇨 치료에서 가장 먼저 쓰이는 약은 메트포민(metformin)입니다. 메트포민이란 세포의 인슐린 저항성을 직접 낮춰주는 약물로, 췌장을 혹사시키지 않으면서 근본 원인에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살이 빠지면 인슐린 저항성이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약물로 구현한 것입니다. 위장관 불편감이 생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저혈당 위험이 낮고 장기적으로 안전하다는 점에서 초기 치료의 기준 약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반면 설포닐유레아(sulfonylurea)계 약물은 췌장을 강제로 쥐어짜서 인슐린 분비를 늘리는 방식입니다. 혈당을 빠르게 떨어뜨리는 효과가 강하지만, 혈당이 낮을 때도 무조건 인슐린을 분비시키기 때문에 저혈당(hypoglycemia)이 발생할 위험이 큽니다. 저혈당이란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지나치게 낮아져 뇌와 장기가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는 위험한 상태입니다. 제가 지인의 복약 목록을 보다가 이 약 이름을 발견하고 걱정이 됐던 기억이 납니다.
인슐린 주사 치료는 가장 마지막 단계입니다. 췌장의 베타세포가 더 이상 인슐린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할 때 외부에서 직접 공급하는 방식인데, 췌장 기능을 대체하는 것이지 회복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그 지인이 당뇨 초기에 식단과 메트포민으로 관리를 잘 유지했더라면 이 단계까지 가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주변에서 "약이 무섭다"며 복용을 미루다가 상태가 악화된 사례를 보면서 씁쓸했습니다.
당뇨 자체는 증상이 없습니다. 고혈압, 고지혈증과 마찬가지로 당뇨가 무서운 이유는 당뇨 자체가 아니라 신장 기능 저하, 말초 신경병증, 망막 손상 같은 합병증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많은 분들이 진단 직후에 패닉 상태가 되어서 극단적인 식단 조절에 매달리다 지치거나, 반대로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양극단을 오갔습니다. 당뇨는 초기에 제대로 관리하면 합병증 없이 평생 유지할 수 있는 병이고, 그 핵심 도구는 단백질 위주 식단과 체중 관리, 그리고 올바른 약물 선택입니다. 채식이 아니라 탄수화물과 지방을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유지하는 방향이 맞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당뇨 진단받으면 고기는 못 먹나요?
A. 제가 직접 찾아보니 이건 오해입니다. 당뇨에서 줄여야 하는 것은 탄수화물과 지방이고, 단백질 섭취는 오히려 유지하거나 늘려야 합니다. 고기를 칼로리 범위 안에서 먹는 것은 당뇨 식단에서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채식보다 단백질 위주 식단이 혈당 안정에 더 유리합니다.
Q. 당뇨약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A. 초기 단계에서 체중을 줄이고 생활 습관을 바꾸면 약을 줄이거나 끊을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살이 빠지면 인슐린 저항성이 낮아져 혈당이 정상화되는 사례가 실제로 있습니다. 다만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담당 의사와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합니다.
Q. 인슐린 주사를 맞기 시작하면 끝인가요?
A. 인슐린 주사는 췌장 베타세포가 더 이상 충분한 인슐린을 만들지 못할 때 외부에서 보충하는 마지막 치료 단계입니다. 췌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 단계에 도달하지 않도록 초기 관리가 중요합니다. 그 전 단계에서 메트포민과 식단 조절로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Q. 한국인이 서구권보다 당뇨가 더 많은 이유가 뭔가요?
A. 아시아인은 진화 과정에서 소식 환경에 적응하며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생산 용량이 상대적으로 작아졌습니다. 그런 유전적 배경을 가진 채로 고칼로리 현대 식생활을 갑자기 받아들이다 보니 췌장이 더 쉽게 한계에 다다르는 것입니다. 대한당뇨병학회 통계에서도 국내 유병률이 서구권 평균을 웃도는 것이 이 맥락에서 이해됩니다.
결론
지인의 당뇨 판정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제가 가장 크게 바뀐 생각은 하나입니다. 당뇨는 진단 자체보다 그 이후의 태도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원인을 정확히 이해하고, 체중 관리와 단백질 위주 식단, 그리고 올바른 약물 선택을 병행하면 합병증 없이 평생 유지할 수 있는 병입니다. 반대로 원인은 모른 채 극단적인 식단에만 매달리거나 방치하면 합병증이라는 진짜 위험에 가까워집니다.
정기적인 혈당 검사로 미리 수치를 파악하고, 초기 단계에서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생각보다 훨씬 실행 가능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