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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약 25%는 뚜렷한 흉통 없이 소화불량이나 명치 불편감만 느끼다가 골든타임을 놓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지난가을, 제산제를 꺼내 들면서 '그냥 체한 거겠지'라고 넘겼던 그 순간이 생명을 가장 위협했던 시간이었다는 걸 응급실에서야 알았습니다.

전조증상: 속이 더부룩한 게 심장 신호일 수 있다
심근경색(Myocardial Infarction)이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 근육이 괴사하기 시작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심장 자체가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죽어가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심각한 상태가 처음에는 위장 질환과 구별이 거의 불가능한 증상으로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제 경우 증상은 가을이 시작될 무렵부터였습니다. 가슴 중앙이 쥐어짜듯 뻐근하고, 명치 아래가 묵직하게 눌리는 느낌이 반복됐습니다. 처음엔 역류성 식도염인가 싶어 제산제를 먹고 버텼고, 증상이 금방 사라졌기 때문에 '잠깐 안 좋은 거겠지'라고 스스로 납득시켰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패턴이 달라졌습니다. 계단을 오르거나 빠르게 걸을 때 명치 부근이 당기고 가슴이 꽉 막히는 듯한 압박감이 왔습니다. 그 느낌은 제가 평생 경험해본 소화불량과는 질적으로 달랐는데, 그럼에도 '곧 사라지겠지'라는 생각이 병원행을 계속 미루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밤 11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앉아만 있었는데 통증이 턱과 왼쪽 어깨까지 퍼지고 식은땀이 쏟아졌습니다. 그제서야 아내의 권유로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심장은 해부학적으로 흉골 왼쪽 아래에서 명치 위쪽까지 걸쳐 있습니다. 이 때문에 관상동맥이 좁아질 때 느끼는 허혈성 통증은 위장 통증과 위치가 겹칩니다. 출처: 미국심장협회(AHA)는 소화불량처럼 느껴지는 명치 불편감, 턱·어깨·팔로 퍼지는 방사통, 식은땀, 호흡곤란을 심근경색의 주요 경고 신호로 공식 분류하고 있습니다.
- 운동이나 보행 시 명치·가슴 압박감 → 곧 사라지더라도 반드시 확인 필요
- 턱, 왼쪽 어깨, 팔 안쪽으로 퍼지는 통증 → 방사통(Referred Pain)의 전형적 패턴
- 안정 시에도 갑자기 나타나는 흉통 + 식은땀 → 즉시 응급실 이동
- 가족력(부모·형제 중 심혈관 질환자) 있을 경우 증상 역치를 더 낮게 잡을 것
스텐트 시술: 100년 역사가 만든 심장 복원 기술
응급실에서 심전도(ECG)와 혈액 내 심근효소(Troponin) 수치를 확인한 의료진은 제가 아무 증상도 없다는 말에도 "지금 매우 위험한 상태"라며 즉각 입원을 권고했습니다. 트로포닌(Troponin)이란 심장 근육 세포가 손상될 때 혈액 속으로 유출되는 단백질로, 이 수치가 상승하면 심근 괴사가 진행 중이라는 의미입니다. 제 수치가 이미 이상 범위였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다음 날 새벽,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PCI), 즉 스텐트 시술을 받았습니다. 시술 방식은 이렇습니다. 허벅지 안쪽 대퇴동맥을 통해 가느다란 관인 카테터(Catheter)를 삽입하고, 이를 심장 관상동맥까지 유도합니다. 카테터란 혈관 내부를 통해 목표 지점까지 기구를 전달하는 얇은 튜브를 말합니다. 전신마취 없이 부분 마취만 한 채 시술이 진행되기 때문에, 저는 모니터에 제 혈관이 실시간으로 보이는 걸 눈을 뜨고 지켜봤습니다. 솔직히 그 광경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내 몸 안에서 저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믿기 어려웠습니다.
막힌 부위를 확인하는 데는 조영제(Contrast Agent)를 사용합니다. 조영제란 X선에서 혈관 내부가 보이도록 흘려넣는 물질로, 이게 혈류를 타고 흐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폐색 위치를 특정합니다. 막힌 부위가 확인되면 풍선 카테터를 넣어 혈관을 물리적으로 확장한 뒤, 그 자리에 금속 철망 구조물인 스텐트(Stent)를 펼쳐 고정합니다. 스텐트란 혈관이 다시 좁아지지 않도록 내부에 영구적으로 삽입하는 그물망 지지대입니다. 풍선을 빼도 철망은 남아 혈관을 열린 상태로 유지하는 원리입니다.
이 기술의 역사는 길고 탄탄합니다. 카테터를 처음 혈관에 삽입한 시도는 1920~30년대였고, 조영제를 이용한 관상동맥 조영술은 1940년대에 확립됐습니다. 이 연구 업적으로 1956년 노벨 생리의학상이 수여됐습니다. 출처: 노벨상 위원회에 따르면 André Cournand, Werner Forssmann, Dickinson Richards 세 명이 수상자입니다. 중환자실에서 천장만 보며 누워 있을 때 이 시술의 역사를 머릿속으로 혼자 재구성하고 있었는데, 그게 20시간을 버티게 해준 유일한 정신적 활동이었습니다.
생활습관: 시술 후 20시간이 가르쳐 준 것
시술이 끝난 뒤 중환자실로 이동했습니다. 가장 힘든 구간은 시술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였습니다. 혈전(Blood Clot) 형성을 막기 위해 항혈소판제를 투여하는데, 항혈소판제란 혈액이 굳지 않도록 혈소판의 응집을 억제하는 약물입니다. 스텐트가 이물질로 인식돼 그 주변에 혈전이 생기면 다시 막히기 때문에 필수적인 조치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카테터를 삽입했던 허벅지 부위도 같은 이유로 지혈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재수가 없었는지 지혈이 끝나는 데 20시간이 넘게 걸렸고, 그 내내 단 한 자세로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스마트폰도, 책도 없습니다. 손에 쥘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마감 중이던 원고 두 편을 머릿속으로 구성하는 것뿐이었습니다. 하나는 인간의 욕망에 관한 글이었고, 하나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 아이러니가 참 묘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스마트폰 중독을 주제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그 20시간이 제게 생활습관에 대해 가장 솔직하게 생각하게 만든 시간이었습니다. 급성 심근경색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유전적 요인과 생활습관입니다. 저는 집안에 심혈관 질환 내력이 있습니다. 유전은 바꿀 수 없지만, 생활습관은 다릅니다. 지금 제가 실천하고 있는 것들은 단순하지만 효과가 명확합니다.
심근경색 이후 관리에서 핵심이 되는 습관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항혈소판제 복용 지속: 임의로 중단하면 스텐트 내 혈전 위험이 급증합니다. 담당 의사와 상의 없이 끊는 것은 금물입니다.
- 포화지방·트랜스지방 섭취 제한: 관상동맥 내 죽상경화반(Atherosclerotic Plaque) 형성을 억제하는 가장 직접적인 식이 요법입니다.
- 유산소 운동 주 3회 이상: 심장 재활 프로그램에서 권고하는 기준으로, 걷기·자전거 타기 수준의 중강도 운동이 혈관 탄성 유지에 효과적입니다.
- 가족력 보유자의 조기 검진: 부모나 형제 중 심혈관 질환자가 있다면 40대부터 관상동맥 칼슘 스코어 CT 검사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건강 관련 글에서 흔히 보이는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 같은 원론적 조언보다, 증상이 평소와 다르다는 느낌이 들면 그 자리에서 즉시 병원으로 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저는 두 달 넘게 그 신호를 무시했고, 그 대가가 중환자실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심근경색 전조증상이 소화불량이랑 어떻게 다른가요?
A. 위치만으로는 구별이 매우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결정적인 차이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증상이 나타나고 쉬면 사라지는 패턴이 반복될 때입니다. 둘째, 명치 통증과 함께 턱이나 왼쪽 어깨까지 당기는 방사통이 동반될 때입니다.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소화제보다 병원이 먼저입니다.
Q. 스텐트 시술받으면 통증 없이 바로 회복되나요?
A. 혈관 재개통 자체는 빠르게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시술 직후가 오히려 까다롭습니다. 항혈소판제 투여로 인해 시술 부위 지혈이 지연되고, 그 동안 절대 안정을 유지해야 합니다. 저는 지혈에만 20시간이 걸렸고 그 내내 한 자세로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개인차가 있지만 최소 6~24시간은 움직임 제한이 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가족 중에 심혈관 질환자가 있으면 검사를 언제부터 받아야 하나요?
A. 심혈관 질환은 유전적 요인과 생활습관이 함께 작용합니다. 부모나 형제 중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병력이 있다면 40대 초반부터 관상동맥 칼슘 스코어 CT 검사를 담당 의사와 상의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증상이 없어도 혈관 내 석회화 정도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어 조기 발견에 유리합니다.
Q. 심근경색인데 왜 응급실 의사가 "지금은 괜찮냐"고 자꾸 물어봤나요?
A. 급성 심근경색은 통증이 왔다가 사라지는 패턴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증상이 없는 순간에도 심근 손상은 계속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혈액 내 트로포닌 수치와 심전도가 이상이라면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즉각 처치가 필요합니다. 제가 "지금은 괜찮은 것 같다"고 했을 때 의사가 "그래도 집에 못 보낸다"고 한 것이 바로 이 이유입니다.
결론
두 달 가까이 명치 불편감을 소화불량으로 오해했고, 통증이 사라진다는 이유로 병원을 미뤘습니다. 그 판단이 얼마나 위험했는지를 응급실 의사의 표정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 질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한 가지 태도입니다. 평소와 다른 느낌이 반복된다면 그 자리에서 판단을 멈추고 병원부터 가는 것입니다.
스텐트 시술 자체는 놀라울 만큼 정교하고 빠릅니다. 하지만 그 기술이 작동하려면 골든타임 안에 도착해야 합니다. 가족력이 있다면 증상의 역치를 훨씬 낮게 잡아야 하고, 없더라도 운동 중 반복되는 가슴 압박감은 절대 그냥 넘기지 마십시오. 저는 이미 한 번 그 대가를 치렀습니다.